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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리뷰

10월 29일 그냥 소소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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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동안 많이 앓았다.
갑자기 시작된 설사에 대수롭지 않게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먹으면 멎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방치했다.
그래서 1차때처럼 3일만에 3kg이 빠지고....(입버릇처럼 항암하면서 살찌면 안되는데....말이 씨가 됐네 그려....
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말조심하라고 소리를 버럭 지르셨을텐데....)
어제 아침 이대로는 도저히 걸어서 못 나갈 것 같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집 앞 가정의학과를 기어가다싶이 갔다.
희안하게 항암치료후 몸 상태가 조금만 나빠지면 눈이 푹 꺼지고 눈에 총기가 없어지고 그리고 목소리가 변한다.
그리고 또 하나.....
온갖 안좋은 상상들을 마구마구 하게된다.
(예를 들면 저 문만 열고 나가면 염라대왕하고 독대하는 방이 나와....뭐 이런....)
하여간 푹꺼진 눈으로 푹 쉰 목소리로 증상을 얘기하는 내가 심각해 보였든지
친절한 우리 가정의학과 쌤이 우선 배속 진정시키는 주사한 방 맞고
20~30분 정도 진정했다가 수액을 하나 맞고 가는게 어떠냐고 하셨다.
탈수가 심.각.하.다.고.
안그래도 내가 놔 달라던 참이라 뜨끈한 침대에 누워 수액을 맞았다.
주사는 하도 많이 맞아서 '아'소리도 안 내는 문선생인데...
이 간호사선생님은 너무 서툴어 혈관 2개를 뚫어놓으셨다.

이틀후 많이 가라앉은 모습.
솔직히 아팠고 첫날은 너무 많이 부어서 화가 났지만
간호사분이 너무 당황해하시고 미안하다고 하셔서 화를 낼 수가 없었다.
혈관2개를 실패하고 좀 더 노련한 분이 오셔서 한 번에 성공.

수액을 맞는그 한시간동안 집에 있을때와는 달리 굉장히 안정되고 위로 받는 느낌이었다.
집에 혼자 누워있을땐 열이 나면 어쩌지?
갑자기 뭐가 어떻게 되면 어쩌지?
몸이 심하게 아프면 먹지 못하고 먹지 못하면 기운이 없고 움직이기 힘드니 계속 누워있게되고 먹는게 없으니 병원에서 챙겨준 약을 먹지 못한다.
2일동안 병원에서 준약을 6번 먹어야 하는데 2번밖에 먹지 못했다. 그러니 더 아플 수 밖에...
수액을 맞는데 너무너무 먹고 싶은게 생겼다.
갈아만든배 음료수
시원한 갈아만든배를 꿀꺽꿀걱 마시고 싶었다.
수액을 맞은 후 약국에서 약을 지어 나오다가 롯데슈퍼앞에서 한참으 망설이다 자신이 없어 그냥 집으로 왔다.
(아직도 갈아만든 배가 먹고 싶다.)

너무 방심한 내 마음이 문제였나보다.
항암1차도 2차도 잘 넘어가고 3차도 제일 힘든시기가 지나가니 너무 방심해서 먹는 것고 너무 안가리고 먹었고 운동도 체력을 빨리 끓어올리고 싶어 무리하게 했다.
설사가 멎으니 먹을 수 있고 먹으니 기운이 나서 움직일 수 있고 움직이니 또 먹게되고....
이런 선순환이 일어나니 오늘 아침에는 제법 움직이는게 편해졌다.

오늘은 할로윈전 마지막 수업일이라 수업댜신 할로윈에 관한 유래와 단어들을 배우고 게임을 하기로 했는데 3일동안 누워있있기에 하나도~준비를 못했다.
선생님께 말씀 드리고 아침부터 다이소와 마트를 돌며
폭풍 쇼핑.
하지만 끝물이라 그런지 물건들이 많이 빠졌다.
간신히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해서 학원에 도착.





우리 개구쟁이들...
할로윈이라고 암 것도 하지말고 오라고 했는데 오징어게임 가면을 쓰고 왔네.
ㅋㅋㅋ

요건 동네 유치원 앞 할로윈 장식

그렇게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며칠만에 밥같은 밥을 먹었다.

선지해장국은 자주 애용하는 정자시장 착한탕국에서
사왔다.
좋아하지 않지만 헤모글로빈 수치 올리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약이라고 생각하고 먹었다.
딸래미가 며칠 전부터 먹고 싶다던 계란말이
시금치는 내일이 되면 시들시들해질 것 같아 데쳐서 무치고 잡채도 정자시장 반찬가게에서 문어볶음과 같이 사왔다.
(미식가인 우리 신랑 왈..지금까지 이렇게 맛있는 뮨어볶음은 먹어본 적이 없다나?)
정작 써 놓고 나니 내가 한 건 별로 없지만 3식구 같이 앉아서 오손도손 밥을 먹으니 좋다.
이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가 보다.

우리학원에서 일하시던 외국인 선생님 vili가 오늘 마지막 수업을 했다.
12월이 셋째아이 예정일이라 10월말까지 하고 11월부터는 다른 선생님이 출근하신다.
4년동안 단 한번도 지각 결근없이 성실하게 수업해 주셨는데....
아이낳고 상황이 어찌 될 지 몰라 언제 돌아오실지.몰라 일단 작별인사만 했다.
last salary...라고 얘기 하는데 괜히 울컥.


작별이 싫어서 언제나 건조한 문선생..오늘은 편지도 썼다.
외국인이 한국에 산다는 건 의외로 쉬운일이 아니더라.
vili...어려운일 있으면 꼭 연락해요~

이번일로 배운 점
1.아프지말자
2.아프면 바로 적극적으로 대처하자
   놔두면 좋아지지 않는다.
3.약이 듣지 않으면 빨리 다른 병원을 찾아보자.
4.준비는 미리미리하자
5.작별할땐 건조해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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