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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리뷰

내가 꽤 잘하는 일/화초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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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적 우리집에 커다란 행운목 화분이 있었다.
작은 화분을 흙이 아니라 물에다 키웠는데 그걸 엄마가 화분에 심었고 그게 잘 자라서 몇 년에 한번씩 밖에 안 보여준다는 행운목 꽃도 보여줬었다.

유독 우리 외할아버지가 행운목을 좋아하셔서 우리집에만 오시면 아이 예쁘다...
물도 뿌려주시고 잎도 닦아주시고...그렇게 공을 들이셨었다.
그 외할아버지가 아프시다가 돌아가시고 한 두달 있다가 멀쩡하던 행운목이 죽어버렸다.

엄마가 좋아하던 치자화분도 그랬다.
치자는 키우기 쉬운 화분이 아니었는데 엄마는 피자꽃 냄새를 너무 좋아해서 치자화분에 꽤 공을 들였었다.
매년 봄마다 꽃도 피우고 잎도 잘라주고 애지중지 하셨는데 엄마가 아프고....돌아가시고 치자도 죽어버렸다.

그 때가 내 나이 15인가?
어린나이에 몇 년 사이 그런 걸 보다보니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다.
내가 아프면 내가 아끼는 식물이나 동물들도 상태가 안 좋아지겠구나...
그래서 그 반대의 경우
내가 아끼는 화분이 빌빌거리면 괜히 가슴이 벌렁거린다.
그래서 화분을 사면 안 죽이려고 노력한다.

식물을 죽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물을 많이 주는 것.
요것만 안해도 식물은 쉽게 죽지 않는다.
(스프레이는 자주해 줘도 상관없다)

그리고 물을 줬을때 물이 바로 안빠지고 흙에 머금고 있으면 다시 한 번 다른곳에 심는것이 좋다.
배수가 잘 되야 하는데 뭏을 주고 5초~10초 이내에 물이 쏵~ 빠져야 맞다.


가장 왼쪽 2018년 처음 사온 율마
가운데 이사올때 냉해를 입은 스타트필름
가장오른쪽 처음 사온 커피나무

코딱지 만하던 저 율마는 지금


요렇게 되었다.
키는 4~5배 정도 된 것 같고 가운데 횅한 부분은
내가 8월 수술때문에 거의 한달간 병원 생활을 하는동안 물을 많이 못 줘서인지 큰 가지 하나가 타 버려 며칠전 잘라줬다.

두번째 스타트필름은 할말이 많은 칭구.
무려 2006년 11월 결혼식을 끝내고 시어머님이 꼬마 스타트필름 하나를 공기정화에 좋다고 분양해 주셨다.
그걸 계속 10년 넘게 키웠는데 2017년 한겨울 이사를 한다고 잡은날이 하필 가장 추운날.
냉해입은 줄기를 잘라내고 나니 저 지경....
지금은....

다시 요렇게^^



요화분은 장미허브란 친구인데
딸아이가 처음 태어났을때 첫 베이비 시터분께서
자신의 집에서 가져다 주셨다.
요 친구는 줄기를 잘라서 옆에 흙에다 꽂아주면 또 자란다.
우리집에도 장미허브 화분은 5~6개쯤 된다.
(딸아이가 휴대폰을 너무 오래 하는 것 같으면 제지하는데 그때마다 베란다에 나가 가드닝?을 하신다....가장 좋아하는게 장미허브 심기...
본의 아니게 화분이 계속 늘어난다)

장미 허브나 허브류는 이파리를 손으로 쓸면 너무너무 상큼한 냄새가 확 퍼져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말허게 된다.
'넌 너무 냄새가 좋아'
'아 기분 좋아...상쾌해'

이번에 율마 가지수술을 하면서 든 생각.
내가 빌빌거리면 식물들도 빌빌거리는게 아니라
식물들도 사랑과 물과 관심과 햇빛을 먹고 사는데
내가 아프면 사랑과 관심과 물을 못 주니 빌빌 거리는 거란 거.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도 나만큼 못챙겨 주니
아프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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